국민총행복과 농산어촌 개벽 대행진의 마지막 행선지 강원도에서 12월 14일 오후 1시, 평창 대행진이 열렸습니다. 평창 대행진은 도보행진 또는 별도의 행사 없이 민회만 진행됐습니다. 백승진 평창 대행진 집행위원장의 사회로 진행된 이번 평창민회에서는 임업육성, 발전소 및 송전탑 건립, 여성청년농, 농촌교육, 농업정책 등 다양한 의제에 대한 평창 주민들의 발표가 이어졌습니다.
강원 평창에 오기까지 7개도 16개 시군을 돌며 농산어촌과 관련된 다양한 의제를 폭넓게 논의했음에도 이곳에서 새롭게 등장한 의제가 있었습니다. 바로 임업과 산림정책에 관련된 내용입니다. 강원도는 도 전체 면적의 81%가 산림으로 이루어져 있고, 이날 민회가 열린 평창은 산림이 군 면적의 84%를 차지해 지난 2009년 평창군은 '산림수도 평창'을 선포하고 다양한 산림분야 사업을 추진해오기도 했습니다.
탄소중립 시대에 임업인들의 역할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독림가이자 임업 후계자로 자신을 소개한 평창 용평면의 조성근 님은 평창을 대표하는 임산물 중 하나인 산양삼을 재배한다고 하는데요, 그는 산양삼은 다른 농산물처럼 수매를 하지 않기 때문에 판로를 찾는데 어려움이 있다며 산양삼 등 임산물을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도매시장이 필요하다고 주장했습니다. 한편 그는 지역 귀산촌 전문 창구 설치로 귀산촌인을 적극 유치하고 후계 임업인을 육성할 것, 그리고 복잡한 산림정책의 규제 완화 및 국유림을 활용한 산림농업분야를 육성할 것을 제안했습니다. 그는 "잡목들만 제거하고 임간 재배되는 작목 위주로 재배한다면 산림 훼손 없이 훌륭한 경제적 가치 창출이 가능하다"고 말했습니다. 평창 봉평면 주민 연시권 님은 산림청이 모두베기를 해서 벌거숭이산을 만들어 주민들의 불만이 터져나오는 현실이라고 말했습니다.
소빈 박진도는 산의 가장 중요한 역할 중 하나가 목재 생산이지만 우리나라는 임도가 헥타르 당 3.6m로 독일의 46m, 일본의 13m에 비해 턱없이 짧은 수준으로 산림을 개발하고 운영하기 어렵기 때문에 임도를 지금보다 2-3배 늘리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임도가 많으면 사람들이 들어가 산림을 훼손하지 않냐는 도올 김용옥의 질문에 그는 "길을 잘 닦아놓으면 훼손이 안 된다"며 오히려 길이 무질서하게 나거나 없으면 산림이 훼손되기 쉽다고 말했습니다.
초고압 송전탑과 석탄화력 저지 공동대책위원회의 김정례 평창대책위원장은 발전소(강릉안인화력발전소)와 송전탑(동해안-신가평 송전선로)이 지역에 또 들어올 예정으로, 한전에 송전선로 지중화를 요청해도 비용이 비싸고 기 수립된 예산을 집행해야 한다는 말만 반복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지역소멸은 정부가 주도한다"면서 송전탑으로 인해 경관이 훼손되는 것은 물론 인근의 땅값이 떨어져 대출이 어려워지고 인근 마을에는 암환자가 7-8명 발생하는데도 주민들의 힘으로는 인과성 확인이 어렵다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그는 또한 입지선정 과정이 주민들을 배제한 채 졸속으로 이루어졌다는 절차상의 문제점도 지적했습니다.
한편 연시권 님은 "(평창 지역이) 한강 상류다 보니 여러가지 제약이 많은데 정작 농민들을 위한 대책은 없다"고 말하며 주민들의 노력으로 수도권에서 깨끗한 물을 공급받았다면 역으로 평창군에도 혜택이 주어져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논바닥이 사실은 생수공장인데 그게 점차 없어지거든요.
우리나라도 생수, 식수 대란이 날겁니다.
평창군농어업회의소 전영록 회장은 논이 생수공장임에도 공장, 발전시설, 폐기물로 점점 사라지고 있기 때문에 "논에다가 벼를 심고 논두렁만 충실히 해서 천수만 잘 받아놓아도 국토보존 공익직불금을 줘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는 또한 공장에도 생산원가가 있듯이 농산물 주요품목만이라도 생산원가를 공개해 농민에게는 알릴 권리, 소비자들에게는 알 권리를 보장할 것을 제안했습니다. 그는 농민들이 받는 금액은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똑같다며, 생산원가가 올랐으면 농산물 가격도 더 받아야 하는데 그렇지 못해 농민들이 살기 힘들다고 말했습니다.
평창 진부면의 이경수 님은 농산물 가격이 농민들이 먹고살만큼 적당한 가격으로 유지될 수 있도록 하는 차액보전 정책을 제안하는 한편, 농사를 직접 짓는 임차농이 자기 소유의 땅이 아니라는 직불금을 받지 못하는 문제를 지적했습니다. 소빈 박진도는 농지가 너무 무질서하다며, 농민이 자신의 땅을 임차해서 농사를 짓는다고 하면 지주가 8년 자경농에게 주는 양도소득세 감면 혜택을 못 받기 때문에 이런 일들이 발생한다고 말했습니다.
한편 한국농업경영인연합회의 이웅재 평창군연합회장은 농민들이 농산물 가격이 떨어져 산지폐기하고 돈을 까먹으면서 농산물을 시장에 낼 때는 잠잠하다가 요즘 배추값이 올라 금배추가 됐다고 하니 방송에서 물가 잡는다고 난리라며, "제발 방송에서는 농민들 도와주지 않을거면 농촌 농산물에 대해서는 절대 얘기하지 말라"고 말해 박수를 받았습니다. 그는 또한 농촌지역 노동력 공급을 위한 정부 제도를 통해 들어오는 외국인 노동자들의 근로 조건이 농업 현장에 맞지 않게 일률적으로 적용돼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부부가 같이 농업에 종사해도 남편이 경영주로 되어 있기 때문에
아내는 맞벌이 부부로 인정을 못 받아요.
평창 봉평면의 청년농부 임윤회 님은 여성 청년 농업인이 마주한 문제에 대해 발언했는데요, 그에 따르면 부부가 같이 농업에 종사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남편이 경영주 및 경영체 농지원부의 경영주로 되어있으면 아내는 맞벌이 부부로 인정을 못 받아 맞벌이 부부에게 우선권이 주어지는 국가나 지자체의 보육서비스 지원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에 대해 소빈 박진도는 여성이 일을 함께하고 있음에도 지원 정책에서 밀려나는 것은 불합리한 일이라며, 다만 근본적인 문제해결을 위해서는 보육을 국가의 책임으로 보는 접근법이 좋을 것 같다는 의견을 제시했습니다.
평창가농영농조합법인(평창가농)의 김강국 님은 고령화로 인한 농촌의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평창가농에서 은퇴조합원들의 유휴농지를 귀농인들에게 무상임대하는 한편 그들이 농촌에 성공적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농사 노하우 전수, 농산물 전량 수매, 돌봄 및 교육 지원 등의 활동을 펼치고 있다고 소개했습니다.
소빈 박진도는 우리나라의 청년농업인 정착지원금 제도는 청년농에게 최대 월 100만 원을 3년간 지급하는데 지급 금액과 기간 등의 측면에서 장기적인 정착을 위한 제도로는 부족하다고 지적하는 한편, 청년후계농에게 대출해주는 3억 원을 받아서 대출 상환과 생계를 위한 소득을 제대로 얻기 힘들어 잘못하면 빚더미에 올라앉는다고 비판했습니다.
농촌이 열악한 환경이라고 아이들 스스로가 생각하기 때문에
자극이 주어지는 경우가 적은 것 같아요.
한편 조세희 평창군학부모연합회장은 농촌학교 학부모들이 가지는 다양한 고민을 나눠주었습니다. 규모가 작은 농촌학교에서 자녀가 사회성을 제대로 기를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과 특수교육이 필요한 아동이 적절한 중재 및 치료를 받기 어려운 점, 그리고 사교육을 시키고 싶어도 마땅한 시설이 없다는 점을 이야기했습니다. 또한 그는 "지역 아이들에게 꿈이 없는 게 또 하나의 고민"이라며 "농촌이 열악한 환경이라고 아이들 스스로가 생각하기 때문에 자극이 주어지는 경우가 적은 것 같다"고 말했는데요, 다양한 문화행사 등을 농촌 내에서 아이들이 접할 수 있도록 하면 아이들에게 자극을 받고 농촌에서 열심히 생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평창민회가 마무리될때 쯤, 평창 진부면의 원중연 님이 농촌문제를 스스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철학적 마인드가 필요하다며 이에 대한 도올 김용옥의 의견을 구했습니다. 도올 김용옥은 그동안 경쟁과 속도, 크기만을 중시해온 결과 나타난 사회와 환경의 여러 문제를 볼 때 "지금이야말로 유기농을 해야만 하는 역사적 당위성이 생겼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인간은 몸이고, 우주고, 고깃덩어리며 이것이 곧 존재의 진정한 모습"이라며 하느님이 하늘에 있는 것이 아니라 바로 내 몸에 있다는 동학사상을 깨닫는다면 하느님에게 GMO를 먹이고 환경을 파괴할 수는 없다고 말했습니다.
우리는 대한민국 국민으로 사람답게 살고싶다.
아이 울음소리가 여기저기 들리며, 젊은 청년들이 트랙터로 힘차게 밭을 갈고,
저마다 머리를 맞대고 지역의 문제를 해결하는 모습을 보고싶다.
평창민회가 끝나고 평창 선언문을 낭독하는 시간이 있었습니다. 평창 선언문에서는 "농민도 대한민국 국민"이고, "농민이 잘 살려면 농촌이 건재해야 한다"며 공익직불금 확대, 에너지정책 전환, 마을자치 활성화, 농촌교육 전환, 지역 청년 지원에 대한 내용이 담겼습니다.
첫째, 농업·어업·임업의 공익적 기능을 인정하고 국가적 차원에서 합당하게 보상하는 공익직불금을 확대하라.
둘째, 생산 위주인 국가 에너지 정책을 근본적으로 전환하라.
셋째, 지역의 자발적 주도성을 인정하고 마을자치를 활성화하라.
넷째, 경제 논리로서의 교육 정책을 바꾸어야 한다.
다섯째, 청년이 돌아오는 지역이 되도록 국가적인 프로그램을 추진해야 한다.
- '평창 선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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