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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행진 결과

[행진후기] 충남 공주 대행진(12/10)

by mihymae 2022. 1. 11.

국민총행복과 농산어촌 개벽 대행진 충남의 두번째 일정인 공주 대행진이 12월 10일 오전 9시 30분, 우금티고개에서 시작됐습니다. 

 

우금티고개는 1894년 11월 동학농민군이 신식 무기로 무장한 조선 관군과 일본군의 연합군을 상대로 전투를 벌여 참혹한 패배를 맞이했던 우금티 전투가 있었던 곳으로, 수적인 우위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농민군이 이 자리에서 사망했고 이후 동학혁명 세력이 와해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참가자들은 새로운 세상이 열리기를 희망하며 싸우다 사라져간 많은 농민군의 넋을 기리기 위해 청수를 바쳐 제례를 올리며 대행진을 시작했습니다. 제례에는 도올 김용옥, 소빈 박진도를 포함하여 전병철 우금티기념사업회 이사 등 다양한 공주 시민단체 소속 활동가들이 참석했습니다. 그동안은 비가 오다가도 행진만 시작하면 맑게 개었는데요, 우금티에서는 제례를 올리는 내내 비가 계속돼 소빈 박진도는 "동학군의 눈물인듯하다"고 말했습니다.

 

유세차 2021년 12월 10일 동학군들의 원혼이 서리고 우리 민족의 함성이 맺힌 이 땅 우금티에서 제사를 지내오니 천지신명이시어 이 자리에 강림하소서. 여기 모인 사람들이 한마음으로 우금티에서 패배했던 혁명을 완수키 위하여 이 자리에 모여 호천망극한 마음으로 청수 한잔으로 진작하오니 굽어 살피시고 우리의 간언을 흠향하시옵소서.

- 도올 김용옥

 

 

제례를 마친 후 공주 대행진 추진위원회측이 준비한 만장을 들고 우금티전적 알림터까지 간단한 도보행진을 이어갔습니다. 만장에는 공주 대행진을 함께 준비한 다양한 시민단체들이 구호가 담겼습니다. 공주 시민들은 어떤 바람을 가지고 있는지 살펴볼까요?

사람이 하늘이다 - 동학농민전쟁우금티기념사업회
티끌모은 지혜로 태산같은 행복을 - 공주희망꿈학부모회
농지는 경자유전 국토는 균형발전 권력은 지방분권 - 공주농민회
살아 숨쉬는 금강에서 생명이 살고 사람이 산다 - 금강재자연화위원회
마을공동체 복원은 시대적 사명이다 - 공주시마을공동체네트워크
민중혁명의 시작! - 공주참여자치시민연대
공주먹거리 우리가 함께 합니다 - 공주푸드플랜준비위원회
친환경 농산물 사랑으로 아이들 아토피 막아냅시다 - 공주다살림
어울려 살아가는 신명나는 세상을 위해 - 공주민주단체협의회
탄소제로! 기후농업! - 사회적협동조합 햇빛학교 
동학년 우금티 넋이여 참교육 등불 밝혀 주소서 - 전교조공주지회

 

공주 도보행진은 우금티고개 아래 우금티전적지에서 공주 시민들의 글씨로 새겨진 <다시 살아나는 우금티> 시비를 한바퀴 돌고 마무리됐습니다. 동학농민제례와 공주 도보행진을 준비하고 함께 참여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발언중인 참석자들

 

지금 관이라는 것이 민을 통제하는 수단으로 행정이 집행되고 있어요.

 

고주환 공주시마을공동체네트워크 대표는 관혼상제를 주민이 직접 행할 수 있도록 해 마을공동체 복원을 실현하고 통제 위주의 행정에서 벗어나 주민의 역동성을 제고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관혼상제 중 혼례와 장례가 상업화되어 있다고 말하며 특히 "의료 전문가들이 인간이 태어나면서 죽는 것을 지배하게끔 행정구조가 돼 있다"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그는 관혼상제를 마을공동체에서 주민들이 직접 할 수 있도록하는 패러다임 전환을 통해 마을공동체를 복원하는 것이 삼강오략 완성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유사한 관점으로 서봉균 공주참여자치시민연대 사무국장은 "시민들의 수준은 예전에 비해서 훨씬 높아졌음에도 불구하고 행정이나 관은 여전히 시민들을 통제하려고 하고 있고 자기들이 정한 틀 안에서만 시민들이 어떤 것을 하도록 요구하고 있다"며 이를 개선하기 위해 공주의 의식있는 시민들이 노력하고 있지만 갈수록 지쳐가는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에 대해 소빈 박진도는 대의민주주의라는 것이 사실은 우리의 권리를 소수의 정치 엘리트들에게 넘겨버리는 것이라며 국가 단위는 그렇다 치더라도 지방자치는 그렇게 되면 안된다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우리가 민주주의 전체에 대한 반성도 필요하지만 그건 너무 어려운 얘기라고 한다면 적어도 지방자치 수준에서는 주민에 의한 자치로 분명히 해야 한다는 시민의식이 생기지 않으면 저는 어렵다고 봅니다." 

 

한편 공주중학교 교사 임두빈 님은 공주지역 고등학교가 서열화돼 있고, 다양성을 추구하는 사회임에도 중학교부터 남학생과 여학생이 분리돼 분열이 초래된다며 우리가 실천할 수 있는 것부터 하나하나 바꿔나갔으면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발언중인 참석자들

 

아이들이 아토피에 걸리는 건 어른들의 죄거든요.

 

우금티고개에서 진행된 동학농민제례와 도보행진 후, 공주대학교 국제회의실로 자리를 옮겨 공주민회를 시작했습니다. 

 

공주푸드플랜준비위원회에서 활동했다고 밝힌 고진두 님은 푸드플랜 정착으로 여러 농촌문제 해결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며, 민과 관의 성숙한 관계 설정, 지자체장의 의지를 통해 공주시 푸드플랜 수립을 위한 추진동력을 강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소빈 박진도는 푸드플랜이 유통비용을 줄이기 위한 정책인 것으로 오해하는 경우가 있지만 푸드플랜의 가장 기본적인 취지 중 하나는 우리 지역의 먹을거리 문제를 스스로 풀기 위해 생산부터 시작해서 가공, 유통, 소비, 처리에 이르기까지 지역의 먹을거리 순환 체계를 만들어가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공주다살림사회적협동조합의 김봉균 님은 제초제와 방부제로 오염된 농산물로 인해 아이들에게 아토피가 생긴다며, 임산부 및 수유부에게 농약에 오염되지 않은 국내산 친환경농산물을 제공하는 사업을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소빈 박진도는 김봉균 님의 발언 내용이 삼강오략 중 '공익기여지불 확대'의 친환경 생태농업 전환, '먹을거리 기본법 제정'의 식량주권 확보 및 건강한 먹을거리 보장과 관련있다고 연결지었습니다.  

 

덧붙여 소빈 박진도는 "농업의 공익적 가치가 있긴 하지만 농업 생산이 제대로 된 방법으로 되지 않는 경우에는 오히려 환경을 파괴하는 측면도 있다는 걸 우리 국민들이 분명히 알고 있다"며 "그렇기 때문에 삼강오략에서 농업이 공익적 가치를 가지고 있으니 지원하라는 것이 아니라 공익적 가치를 만들테니 거기에 대해서 보상해 달라고 말하는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발언중인 참석자들

 

농사지어서는 자기 인건비도 못 건져요.
살 수가 없습니다.

 

공주시농민회의 박남식 님은 농촌지역의 소득양극화가 극심함에도 불구하고 정부 지원이 대농에 쏠려 소농은 외면받고 있다고 지적하며 소규모 시설에 지원할 것, 보조사업 조달가격 조절로 농민 자부담을 줄여줄 것을 요구했습니다. 한편 공주시농민회 구본수 비대위원은 농산물을 시장경제에 맡긴다는 정치꾼들에 의해 농민이 현재 참담한 현실에 처해있다고 말하며, FTA를 통해서 자동차나 반도체를 파는 조건으로 농산물을 내놓은 결과 쌀을 제외한 자급률이 25%까지 떨어졌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는 농사지어서는 자기 인건비도 못 건진다며 농민기본수당의 필요성을 주장했습니다.

 

이에 대해 소빈 박진도는 농촌이 살기 위해서는 농민 수당보다는 넓은 의미의 농촌주민 수당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인구 5천 명 미만의 면 지역을 들여다봐도 농민은 반도 안 되고 앞으로는 더 줄어들 것이라며 논의의 범위를 농민 수당으로 한정하면 힘을 얻기 힘들다로 말했습니다. 또한 그는 농촌에서 농민이 살아가는 데 있어 필요한 교육, 의료, 교통 등 여러 공공서비스는 농민뿐만 아니라 비농민도 같이 누려야하는 문제라고 말했습니다. 공주시 마을만들기협의회 양근승 회장은 농촌주민 수당 지급시 농촌에 거주하는 것만으로도 주거수당을 지급하고, 젊을수록 더 많이 지급해야 농촌으로 인구유입이 가능할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공주민회를 마치며 지수걸 공주대 교수는 국민총행복과 농산어촌 개벽 대행진이 지나가는 행사가 아니라 여러 사람들의 뜻을 지속적으로 모을 수 있는 자리가 됐으면 하는 바람을 드러냈습니다. 김성혜 원불교 공주교당 교무는 소규모 마을 사업을 통해 주민들의 깨달음과 각성이 있을 때 환경오염, 기후위기 등 여러가지 문제의 해결이 가능하다는 희망적인 메시지를 전했습니다. 

 

 

 

"하나가 되는 것은 더욱 커지는 것"입니다.
"혼자 걸으면 아무것도 아니지만, 우리가 함께 걸으면 모든 것"이 됩니다. 

 

공주 선언문을 읽는 고주환 공주시마을공동체네트워크 대표

 

공주 선언문에는 이번 국민총행복과 농산어촌 개벽 대행진 공주 행진을 계기로 공주 시민사회 연대를 강화하고 이를 통해 행복한 공주시를 만들어나가겠다는 의지가 담겼습니다. 동학군의 정신을 이어가고 실현시키기 위해 애쓰는 많은 분들을 만날 수 있었던 공주 대행진이었습니다. 그 노력이 개벽 대행진을 통해 결성된 연대체를 통해 머지않아 꽃피우기를 기원합니다. 

 

오늘을 계기로 각 단체들이 긴밀한 의사소통을 하고 그를 바탕으로 공동의 의제를 창출하여 사랑하는 우리 고향 공주를 발전에 기여하고, 또한 현세대와 미래 세대가 함께 하는 지속가능한 시민운동을 펼쳐 나갑시다. 
낮은 곳으로 흘러서 바다가 되는 물처럼 하방연대(下方連帶)하여 우리 모두를 하나로 묶는 (가칭) “공주연대회의”라는 상시적 연대 틀을 만듭시다. 
차이를 존중하고 다양성을 포용하는 공존의 철학이 화(和)입니다. 부동이화(不同而和)를 바탕으로 함께 할 것입니다.  
공주 시민들과 더불어 보다 행복한 공주시를 만드는 대장정의 길에서 하나가 됩시다. 

- '공주 선언문' 중에서 

 

사단법인 공주아리랑보존회의 식후 공연
국민총행복과 농산어촌 개벽 대행진 공주민회에 참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산맥을 품고 달려온 이들아
두눈 크게 뜨고 보아라 여기
사람사는 세상으로 흐르는 강물
손길 발길 다지고 다져 보는 흙담
울려 퍼지는 자주 평등 대동 세상
너와 내 사랑 우금티에
백성은 하늘이다

- 동학농민전쟁백일주년우금티창작단, 「다시 살아나는 우금티」 중에서

 

 

오는 1월 19일에는 전국 8도 농산어촌 주민들의 이야기를 한자리에 모으는 국민총행복과 농산어촌 개벽 대행진 서울행진이 개최됩니다. 많은 관심과 성원 부탁드립니다.

 

10월 26일부터 12월 15일까지 진행된 모든 지역별 민회 생중계분은 유튜브 '(재)지역재단' 채널에서, 지역별 대행진 결과 요약본은 유튜브 '도올TV'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도올TV릴레이 공주편 보러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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