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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행진 결과

[행진후기] 강원 대행진(12/15)

by mihymae 2022. 1. 14.

10월 26일부터 8주동안 걸어온 국민총행복과 농산어촌 개벽 대행진의 마지막 행진이 강원도 춘천에서 강원 대행진이라는 이름으로 진행됐습니다. 

 

오후 2시부터 강원도청 앞에서 열린 출정식에는 도올 김용옥, 소빈 박진도를 비롯해 이재수 춘천시장, 배진교 정의당 원내대표와 춘천지역통합먹거리지원센터, 가톨릭농민회 등에서 참석했습니다. 춘천시민을 대표해 이재수 시장은 "대행진의 물결에 춘천시민도 끝까지 함께 하겠다"며 도보행진을 위해 강원도 각지에서 모인 참가자들을 환영해주었습니다. 

 

 

참가자들은 목에 초록 수건을 두른채 만장과 손펼침막을 들고 행진을 시작했습니다. '강원도 송전탑 백지화', '강원도 석탄·화력 발전소 아웃', '군용기소음 블랙이글스 해체'와 같이 강원도 지역 현안을 담은 만장도 눈에 띄었습니다. 

 

이날 도보행진은 강원도청 앞에서 시작해 춘천시청을 거쳐 다시 강원도청 앞에서 마무리됐습니다. 마지막 지역행진에 참여해 함께 걸으며 힘 보태주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강원민회 모습

 

오후 3시 30분부터는 강원도농업인회관에서 강원민회가 열렸습니다. 민회가 열린 춘천시 뿐만 아니라 강원도 전역에서 도민들이 모였기 때문에 '춘천민회'가 아닌 '강원민회'라는 이름으로 민회가 진행됐습니다.

 

본격적인 민회에 들어가기에 앞서 박성율 원주녹색연합 공동대표가 강원지역 환경문제에 대해 발표를 했습니다. 그는 강원도에 들어와 있거나 들어올 예정인 골프장과 설악산케이블카, 석탄화력발전소, 송전탑 등을 소개하며 이러한 시설들이 문제가 되고 있는 이유에 대해 설명했습니다. 발표를 마치며 그는 "기후정의 측면에서 환경문제를 다시 돌아봐야 한다"고 말하며 많이 배출한 사람이 많이 책임을 지는 것, 개발로 인해 발생하는 소득을 제대로 분배하는 것, 민주적인 절차를 지키는 것, 그리고 사람뿐만 아니라 환경도 고려하는 정책을 펴는 것에 강원 지역 환경문제 해결의 핵심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강원지역 환경문제에 대해 발표중인 박성율 원주녹색연합 공동대표
발언중인 참석자들

 

국산풍력 1호기가 마을에 들어오고 만 5년이 되니 귀가 안 들려요.

 

이학영 태백친환경농업인연합회 부회장은 마을에 국산풍력 1호기가 들어온 뒤 청력에 이상이 생기고 삶이 피폐해졌지만 피해자 혼자 싸우며 피해를 입증하기 너무 어려워 이사를 택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집과 풍력발전기 사이 거리가 474m로 환경부령에서 정하는 기준인 500m보다 가까워 설치 위치 자체가 잘못됐지만 풍력발전기가 이미 세워지고 나서는 어쩔 도리가 없었다고 말했습니다. 

 

한편 양구 주민 이준기 님은 꾸준히 찾아오던 뻐꾸기, 꾀꼬리, 소쩍새 등 철새들이 찾아오지 않아 이상하게 여겨 주변 사람들과 이야기해봐도 행정과 주민 모두 무관심했다며 안타까운 마음을 드러냈습니다. 2021년 봄철 아침 기온이 낮아 농작물이 많은 피해를 입었는데, 그당시 철새들이 들어오지 않은 것과도 관련이 있을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발언중인 참석자들

 

땅을 가꾸면서 나는 농산물의 가치를 알기보다는 일단 돈으로 환산하다보니
젊은 청년들에게는 농업이 메리트가 없는 거죠. 

 

화천에서 토마토농사를 짓고 있는 청년농부 이수진 님은 "농촌에서의 삶이 너무 좋지만 농사로만은 먹고 살 수 없다"며 농사지어 대출을 갚아나가면서 살기 어려워 투잡을 뛰며 고군분투 중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또한 주식이나 코인으로 돈을 많이 버는 세상에서 땅을 가꾸며 나는 농산물의 가치보다는 돈으로 환산된 금액이 더 중요해져 젊은 청년들에게 농사에 메리트가 없어보이고 새로운 얼굴이 유입되기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원주 부론면에서 참석한 이광원 님은 '100만 청년농부 육성 대책'을 제안했습니다. 그는 "실질적인 변화를 위해서는 좀더 과감하고 적극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하며 청년농민 기본소득, 청년농민 기본주택, 청년농민 기본자금, 청년농민 생산물 전량수매로 앞으로 10년동안 매년 10만 명의 청년농부를 육성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춘천시농민회의 전기환 님은 학교급식에 지역산 농산물을 우선 사용한다는 지자체의 조례가 차별이라는 공정거래위원회의 판단에 대해 농민들은 시장에서도 제값받고 못 팔고 그나마 있는 학교급식이나 공공급식에도 못 들어가냐며 울분을 토했습니다. 그러면서 지역에서 생산하는 농산물은 지역에서 우선 소비할 수 있는 것이 먹을거리기본법에 포함돼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한편 그는 생산원가 상승으로 농민들이 고통을 받고 있다며 농민들이 사용하는 자재의 원가가 투명하게 공개돼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한편 이학영 님은 해발 1,000m 산골마을에 살고 있음에도 행정구역상 8개 동으로 이루어진 태백시 거주 중으로, 읍면 주민이 아니어서 조건불리직불금을 수령하지 못한다고 말해며 제도의 허점을 지적했습니다.

 

발언중인 참석자들

 

모든 골치아픈 것들은 다 농촌으로 오고,
그에 대한 혜택은 다 도시에서 보고.

 

홍천 주민 선애진 님은 "각 지역마다 저녁에 모여 의견을 모아서 전국으로 모아내는 그런 구조가 있었다면 이런 세상이 되지는 않았겠다는 생각이 든다"며 사회 전반에 걸친 총체적인 위기상황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교육, 농업, 노동, 사회, 지역 문제 등을 통합적으로 고민하는 접근방식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양구에서 농사를 짓고 있는 오용석 님은 "농촌이 도시의 식민지라고 하는 말까지 나올 정도로 어려운 지역에 있다"며 민 개개인이 스스로의 삶을 돌아보고 자기 지역과 정책에 대한 고민을 함께 나누지 않으면 안 되는, "국가를 통해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없는 구조"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국민총행복과 농산어촌 개벽 대행진의 여러가지 목표 중 자립이 특히 중요하다고 보고 농산어촌의 자립적 발전 방안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주장했습니다.

 

한편 화천의 귀농 7년차 농부 고광현 님은 중소가족농 중심의 농촌 마을 공동체 복원, 농촌 주민의 삶 실태조사 실시, 마을 이장과의 끊임없는 대화를 제안했습니다. 그는 또한 농민 기본소득, 농촌주민 수당, 공익형 직불금 등 농민에게 지불되는 모든 직접지불과 관련된 사안에 대해 한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명칭과 개념 등을 통합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횡성의 원재성 님은 농민기본소득법안이 발의가 돼 있는 상태지만 농민끼리 단일용어가 안 나와 혼선이 발생한다며, 농민들이 서로 단합이 안 되는 것은 정치권이 농민을 우습게 보는 이유가 된다고 말했습니다. 

 

평창 봉평면에서 허브나라농원을 운영하는 이호순 님은 대를 이을 농촌 후계자에 대한 고민이 가장 크다고 합니다. 그는 "우리 농산어촌에 맞는 그런 교육을 초등학교 때부터 고등학교 때까지 했으면 좋겠는데 우리나라 교육제도는 오로지 시험 위주고 출세 위주"라며 일본 홋카이도의 한 마을을 예로 들었는데요, 이 마을의 고등학교 학생들은 지역의 대표 먹을거리인 메밀국수 제조 과정을 수료해야 졸업을 할 수 있다고 합니다. 덧붙여 그는 "자치제도는 첫째가 협치고 둘째가 책임"이라며 돈을 가져다 쓰는만큼 의무도 주어지는 자치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도시에서 농촌으로, 공업화된 농업에서 생태적 농업으로,
시멘트에서 흙으로, 획일성에서 다양성으로, 경쟁에서 협동으로
생각과 습관과 생활을 바꾸어나가야 세상을 바꿀 수 있다.

 

강원 선언문을 낭독하는 강원민회 참석자들

 

전국 8도를 돌아 손에서 손으로 전해진 만장이 마지막으로 도올 김용옥과 소빈 박진도의 손에 전해졌습니다. 어깨가 더 무거워졌습니다.

 

강원 선언문에는 유한한 자원을 마치 무한한 것처럼 쓰며 일구어낸 경제개발에 대한 비판과 그로 인해 파괴된 자연환경, 무너져버린 농촌마을에 대한 안타까움이 담겼습니다.  혁신은 "자연을 근원으로 삶의 변화를 시도"하는 것에서 온다며 생각의 전환을 촉구했습니다. 

 

하나. 농촌의 청정한 환경을 지키고 가꾸며 살아가기로 한다. 
하나. 먹을거리를 국내에서 가까운 지역에서 공급하고 건강한 환경에서 건강한 먹을거리를 제공하는 농지를 보전하고 농민을 육성하며, 농산어촌 산업을 활성화시키도록 하자. 
하나. 농민을 비롯한 농촌주민에게 공익형 직접지불제, 농민수당, 농민기본소득, 농촌주민수당을 주는 것은 농촌의 다원적 기능을 확산시킬 수 있는 효과적인 정책 수단이다. 
하나. 주민자치위원회에서 주민자치회의로 발전시켜 좀 더 현실을 반영하고 미래를 내다보는 주민 행정이 이뤄지도록 주민운동을 발전시켜 나가자. 

- '강원 선언문' 중에서

 

국민총행복과 농산어촌 개벽 대행진 강원민회에 참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58명의 발기인, 1,123명의 추진위원, 그리고 수많은 민초들과 함께 한 지난 8주간의 지역 행진이 마무리됐습니다. 지역 행진은 끝났지만 기후위기, 먹을거리 위기, 지역위기에 대응하는 농산어촌, 모두가 행복한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한 대장정은 지금부터 시작입니다. 18개 시군에서 모인 마음 키워나가도록 하겠습니다. 

 

오는 1월 19일에는 전국 8도 농산어촌 주민들의 이야기를 한자리에 모으는 국민총행복과 농산어촌 개벽 대행진 서울행진이 개최됩니다. 많은 관심과 성원 부탁드립니다.

 

10월 26일부터 12월 15일까지 진행된 모든 지역별 민회 생중계분은 유튜브 '(재)지역재단' 채널에서, 지역별 대행진 결과 요약본은 유튜브 '도올TV'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도올TV릴레이 강원편 보러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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