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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행진 결과

[행진후기] 충북 옥천 대행진(11/9)

by mihymae 2021. 11. 15.

국민총행복과 농산어촌 개벽 대행진이 11월 9일과 10일, 충북지역 행진을 무사히 마쳤습니다. 충북 일정 첫날인 11월 9일에는 먼저 옥천에서 도보행진과 지역민회를 열었습니다. 궂은 날씨에도 많은 분들이 오셔서 대행진을 응원해주셨습니다. 

 

도보행진은 옥천군청 앞 광장에서 시작해 읍내 곳곳을 돌고 민회 장소인 관성회관에서 마무리 됐습니다. 도보행진으로 읍내를 도는 건 처음이었는데요, 사람들의 행렬을 궁금해하고 풍물소리에 함께 즐거워하는 많은 옥천 주민들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안전한 행진을 위해 경찰과 옥천해병대전우회에서 함께 해주었습니다. 

옥천읍내를 걷는 행진대

 

이날 옥천 도보행진을 지켜본 많은 분들의 뇌리에 풍물패가 남아있을 것 같습니다. 청산면 칠보단장풍물패입니다. 도보행진 시작부터 끝까지, 민회 장소인 관성회관에 도착하고 나서도 넘치는 에너지로 한참을 더 놀았습니다. 

 

국민총행복과 농산어촌 개벽 대행진의 발기인으로 함께 하고 있는 도올 김용옥은 이날 꽹과리를 치며 풍물패를 이끄는 상쇠 역할을 했습니다. 서로 한번도 장단을 맞춰보지 않고도 어떻게 저런 즉흥적인 퍼포먼스를 펼칠 수 있는지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머지않아 그 궁금증이 풀렸습니다. 도올 김용옥은 고려대학교 농악대 지도교수를 한 적이 있다고 합니다. 농악대 학생들과 함께했던 80년대 기억이 그에게 옥천 도보행진을 이끄는 힘이 된 것 같습니다.

도올 김용옥, 소빈 박진도, 청산면 칠보단장풍물패의 기념사진

 

이어 만장쓰기가 진행됐습니다. 옥천의 김성장 시인이 함께 해주었습니다. 김성장 시인은 '강물은 길을 잃지 않는다', '백두에서 한라까지 한라에서 백두까지'라는 글귀를 써내려갔고, 도올 김용옥은 '흙에서 자란 내 맘', '풀섶 이슬에 함초롬'이라고 썼습니다. 정지용 시인의 시 <향수>의 시구지요. 

 

흙에서 자란 내 마음
파아란 하늘빛이 그리워
함부로 쏜 화살을 찾으려
풀섶 이슬에 함추름 휘적시던 곳,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 정지용 <향수> 중에서

 

 

<향수>는 정지용 시인이 일본 교토 유학생활 중 고향인 옥천 땅을 그리워하며 썼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우리에게는 노래로도 너무나 친숙하죠. 이날 옥천민회에서도 도올 김용옥이 민회에 참석한 옥천 주민들을 위해 예인기획 김균 대표의 기타 반주에 맞춰 <향수>(김희갑 작곡, 박인수·이동원 노래)를 불렀고, 이에 대한 옥천 주민의 답가로 청산면에 거주하는 한중열 님이 <청산에 살리라>(김연준 작사·작곡)을 들려주었습니다.

 

옥천은 우리 모두 자라며 한번씩은 불러본 <졸업식 노래>와 <짝짜꿍>을 작곡하고 소파 방정환과 함께 어린이 운동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진 정순철 작곡가의 고향이기도 합니다. 당초 예정된 대로 <졸업식 노래>를 민회 참석자가 다같이 부르지는 못했지만 노래를 청해 듣는 이 자리에서 옥천 주민들의 자부심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옥천군 이원면 난타팀 '이원두드림'의 난타 공연
김균 대표의 기타에 맞춰 <향수>를 부르는 도올 김용옥(왼쪽)과 답가로 <청산에 살리라>를 부르는 한중열 청산면 주민(오른쪽)

 


 

사회를 맡은 정순영 옥천군 마을공동체 지원센터장(왼쪽)과 주교종 옥천살림 상임이사(오른쪽)

 

옥천민회는 주교종 추진위원장(옥천살림 상임이사)의 환영사로 시작됐습니다. 열정과 진심이 담긴 인상깊은 환영사였습니다. 

 

우리는 옥천 개벽 대행진을 선언하면서 이렇게 얘기합니다. 밥은 하늘이다. 하늘은 어느 누구도 갈라서 소유할 수 없는 것처럼 밥도 어느 누가 개별적으로 소유할 수 없다. 옥천군민 하루 한 끼는 옥천군이 책임진다. 먹는 것은 인권이고 먹을거리 인권을 실현한다. 농사는 생명입니다. 올해도 농사짓고 내년도 농사짓고 나도 농사짓고 내 자식도 농사짓고 할아버지의 할아버지의 할아버지도 농사지어온 것처럼 농사를 짓는다. 우리는 이렇게 제자리로 돌려놓겠습니다. 

- 환영사 중에서

 

옥천민회에서는 현장에 참석한 주민들의 의견 외에도 추진위원회에서 사전에 준비한 영상을 통해 옥천의 옛모습, 옥천군민이 생각하는 옥천의 과제, 그리고 국민총행복과 농산어촌 개벽 대행진에 옥천군민이 바라는 점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영상 속 주민들은 청소년을 위한 공간, 마을 목욕탕 건립, 공공의료원 확충, 대청댐 관련 주민 소외 문제 등에 대한 의견을 제시했습니다. 

 

옥천민회에서도 역시 농산물 가격, 여성농민의 돌봄 부담, 청년 정착, 도시와의 상생, 남북 분단 문제 등 다양한 주제로 주민 발언이 이어졌습니다. 

 

제판권 안남면 이장은 "우리가 농사가 잘 돼서 풍년이 되면 가격이 폭락해 팔아먹을 수 없고, 또 농산물이 흉작이 되면 팔어먹을 농산물이 없다"며 농산물 최저가격제 도입을 촉구했습니다. 또한 농촌지역이 겪고 있는 인력수급 문제가 코로나로 인해 더 악화되어 외국인 노동자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음을 토로했습니다. 이에 대해 소빈 박진도는 외국인 노동자들을 통해 일시적인 노동력 충족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이들을 국민으로 받아들여 우리나라에서 농민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해야한다고 말했습니다. 한국여성농업인중앙연합회 충북도연합회 회장을 지낸 안남면의 이미자 농부는 농업에 종사하면서 돌봄과 가사까지 도맡아 하는 여성 농민들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복지시설 확충 및 공동급식소 운영을 제안했습니다.

 

오정오 옥천행복교육네트워크 대표는 많게는 100억, 적게는 30억씩 인센티브를 주며 농어촌 작은 학교를 통폐합한다고 지역이 활성화되고 인구가 늘어나지 않는다고 지적했습니다. 한편 옥천신문 기자 등 다양한 활동을 통해 옥천을 알아가는게 즐겁다는 이혜수 청년은 단순히 인구 증가에 초점을 맞춘 인구 정책으로는 청년이 옥천에 정착하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하며 옥천에 살아가기 위한 일자리, 주거, 문화, 교육, 교통 등 인프라 뿐만 아니라 지역과 청년이 함께 살아가기 위한 활동도 부족하다고 말했습니다.

 

농촌 작은학교 통폐합 문제에 대해 도올 김용옥은 "농촌을 살리려면 학교의 학생이 한 명이라도 (학교를) 살려야 한다"며 교육부가 할 일은 다양한 프로그램을 만들어 어떻게든 학교를 유지시키는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발언하고 있는 옥천군 주민들

 

한편 옥천신문을 중심으로 한 탄탄한 커뮤니티 저널리즘을 자랑하는 옥천답게 지역언론 바로세우기와 관련된 오한흥 전 옥천신문 대표의 발언도 있었습니다. 그는 "우리 언론을 우리 주민들의 힘으로 스스로 만들고 지켜가야 되는 세상이 왔다"며 지역의 말과 글을 바로 세워 농촌철학을 바로 세우겠다는 의지를 보였습니다. 옥천신문이 '글'로써 옥천을 기록하고 옥천주민의 공론장 역할을 했다면 오는 12월 21일 개국하는 옥천 FM라디오는 옥천을 바로세우는 '말'이 되기를 기대합니다.

 

농업정책에 대한 비판도 이어졌습니다. 안남면에서 농사를 짓고 있다고 밝힌 배진우 농부는 스마트팜이 "지금 우리 농정이 얼마만큼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는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정책"이라며 큰 자본이 농촌에 들어와 대규모 자동화 온실을 만들면 농촌의 농민들은 품팔이 노동자로 전락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스마트팜에 들어가는 비용을 소농과 가족농 규모로 농사 지으려는 청년을 위해 사용한다면 진정 농촌을 살리는 일이 될 것이라고 제안했습니다. 한편 이선우 산계뜰친환경영농조합법인 대표는 친환경 농업이 발전하지 못하는 이유에 대해 친환경 농업을 장려하기 위해 마련된 예산이 농민들에게 직불금의 형태로 지불되는 대신 유기농 자재를 통해 간접적으로 지원되면서 농민들은 유기농업자재목록공시제도와 각종 인증제도의 굴레 안에 갇히고 유기농 자재를 생산하는 업체만 성장시켰다고 비판했습니다. 

 

소빈 박진도는 "스마트팜은 우리 농업의 기본인 흙으로부터 농업을 분리시키는 과정"이라고 말하며 농업 분야에 도입해서 도움이 될 수 있는 다양한 기술을 활용하여 농업이 '스마트'해 지는 것은 좋으나 스마트팜은 전혀 다른 이야기라고 못박았습니다. 또한 유기농업에 대해서는 우리나라 유기농업이 자재 중심으로 이어져왔다며 농업에 필요한 자재를 지역 내에서 조달하는 본래의 유기농업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발언하고 있는 옥천군 주민들

 

이날 옥천민회에는 이웃 도시 대전에서 온 참석자도 있었습니다. 김인원 한살림대전 이사장은 건강한 농민과 농촌을 만들기 위해서는 도시 소비자가 함께 노력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고, 문성호 대전충남녹색연합 공동대표는 농촌과의 상생을 위해 도시 소비자들도 함께 연대하겠다는 의지를 밝혔습니다. 

 

옥천 안내면에 위치한 가산사 주지 지원스님은 민회에 자치단체장 및 정치인이 참석하여 주민들의 의견을 듣고 이것이 반영된 국법이 만들어질 수 있도록 힘을 실어줘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청산면 주민 고은광순 님은 남한과 북한 사이의 둑을 허물어 분단이 고착화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에 대해 도올 김용옥은 앞으로 남북화해의 문제가 농촌문재를 해결하는 데 있어 중요한 변수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도올 김용옥(왼쪽)과 소빈 박진도(오린쪽)

 

더이상 징징거리지 않겠다. 누군가 대신 해주기만을 바라지 않겠다.
스스로 분연히 일어설 것이다. 우리의 문제는 우리가 또 함께 해결할 것이다.

옥천선언문을 낭독하고 있는 옥천민회 참석자들

민회를 마치고 옥천과 이웃도시 대전의 참석자들이 옥천선언문을 낭독했습니다. 옥천선언문에는 대청댐 건설로 인해 수몰지역 주민들이 겪는 어려움이 담겨 있었습니다. 도시에 물을 공급하기 위해 수몰된 지역의 주민들이 여전히 어려움을 겪는 현실에 대해 어렴풋이 알게 되었습니다. 

 

옥천은 새벽 안개가 늘 자욱하다. 40여년 전 대청댐이 만들어지면서 생기는 현상이다. (중략) 군북면 막지리는 도시의 수돗물을 공급하기 위해 마을이 수몰됐는데도 불구하고 상수도 하나 연결되지 못한 채 여전히 계곡물을 먹고 있다. (중략) 그와중에 주민들의 '삶'보다 본인들이 먹을 '물'을 먼저 본 금강유역환경청은 옥천땅을 지속적으로 매입하기 시작했다. 상류지역 주민들을 오염원으로 보고 소거계획을 세운 것이다.

- '옥천선언문' 중에서

 

옥천선언문 말미에는 "'성장과 개발'의 관점에서 농촌을 바라본다면 죽었다 깨어나도 농촌은 바뀌지 않을 것"이라며 농업, 농촌, 농민의 문제는 우리 모두의 문제라는 자각과 성찰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리고 농업, 농촌, 농민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주민들 스스로 또 함께 해결해나갈 것이라는 강한 의지를 밝혔습니다.

 

국민총행복과 농산어촌 개벽 대행진 옥천민회에 참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내년 1월 19일에는 전국 8도 농산어촌 주민들의 이야기를 한자리에 모으는 국민총행복과 농산어촌 개벽 대행진 서울행진이 개최됩니다. 서울행진까지 남은 경북(11/23~24), 경남(12/1~2), 충남(12/9~10), 강원(12/14~15) 행진에 많은 관심과 성원 부탁드립니다.

 

 

11월 23일 영천, 11월 24일 안동에서 경북 대행진이 진행됩니다. 전국 대행진의 지역별 민회는 유튜브 '(재)지역재단' 채널에서 실시간 생중계되며, 지역별 대행진 결과는 유튜브 '도올TV' 채널에서 릴레이 방송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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