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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행진 결과

[행진후기] 경기 파주 대행진(11/20)

by mihymae 2021. 11. 30.

국민총행복과 농산어촌 개벽 대행진이 지난 11월 20일 파주 문산읍 임진각 평화누리공원에서 포근한 날씨 속에 무사히 진행됐습니다. 국민총행복과 농산어촌 개벽 대행진이 전국을 순회하며 농산어촌이라는 단어 하나로 농촌의 많은 문제들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지만 사실은 각 지역마다 특색이 다르고 마주하고 있는 현안이 다를 수밖에 없겠죠. 이날 방문한 파주에서는 삶의 터전이 접경지역에 위치해 있음으로 인해 생기는 주민들의 경험들을 들어볼 수 있었습니다.

파주 대행진에 참여한 문산수억고 환경동아리 해바라기 학생들(왼쪽)과 손펼침막을 들고 있는 참석자들(오른쪽)


2시가 되자 대행진 출정식이 시작됐습니다. 파주 대행진은 문산읍 마정리두레패보존회에서 함께해주었습니다. 태평소가 있어 색다른 느낌입니다.

파주시 문산읍 마정리두레패보존회


파주 대행진은 한살림고양파주, 슬로푸드파주지부, 파주시친환경농업인연합회, 파주환경운동연합, 평화마을짓자, 문산수억고 환경동아리 해바라기, 파주천지보은공동체, 북파주농협, 경기도친환경농업인연합회, 임진강~DMZ생태보전 시민대책위원회가 함께 준비했습니다. 이 10개의 단체를 대표해서 김상기 경기도친환경농업인연합회 회장(생산자 대표)과 서미영 한살림고양파주소비자생활협동조합 이사장(소비자 대표)이 공동추진위원장을 맡았습니다.

서미영 이사장은 "평화 화(和) 글자를 보면 쌀(벼 화, 禾) 옆에 입 구(口)가 있다"며 "쌀이 고르게 입에 들어가는 게 평화"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이렇게 우리 입에 들어가는 쌀을 만들어주시는 생산자님들이 안 계시면 우리의 평화도 행복도 없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이어 김상기 회장은 앞으로 평화 생산물을 생산하고, 소비하고, 확대하는 파주가 되겠다고 말했습니다.

도보행진 전 출정식


출정식을 마치고 도보행진을 시작했습니다. 임진각 평화누리공원 공연장을 크게 한바퀴 돌아 민회장소인 DMZ 생태관광지원센터로 향했습니다. 주말을 맞아 나들이 나온 가족들도 관심을 보여주었습니다.

최평곤 작가의 <통일부르기>를 지나 민회장소로 향하는 행진대


DMZ 생태관광지원센터에 도착해 본격적인 민회에 들어가기 전 파주에서 활동하는 박명선 작가와 도올 김용옥의 만장쓰기 행사가 진행됐습니다. 박명선 작가는 '농사가 꽃이다'와 '밥의 꽃 평화로 피다'를, 도올 김용옥은 '농민연대! 혁명밖에 없다!'와 '농업 우리 생명의 근원'을 써내려갔습니다.

도올 김용옥과 박명선 작가의 만장쓰기 퍼포먼스

 


 


도보행진과 만장쓰기를 마친 후 약 3시 30분 경부터 파주민회를 시작했습니다. 탈북민 이경 님이 아코디언으로 남한 사람들에게도 친숙한 <반갑습니다>와 그가 남한에 와 마음껏 부를 수 있게 됐다고 밝힌 <베사메 무초> 등을 연주했습니다.

탈북민 이경 님의 아코디언 공연
함께 파주민회를 준비한 김홍수 교사(문산수억고), 이원경 생산자(천지보은공동체), 김영금 지부장(한국슬로푸드협회파주지부), 김상기 회장, 서미영 이사장, 조영권 공동의장(파주환경운동연합), 김용구 회장(경기도친환경학교급식파주출하회), 천호균 님(평화마을짓자)



파주민회에서는 접경지역에서 살며 농사지음으로 해서 감내하고 있는 고통에 대한 이야기가 연이어 나왔습니다.

민통선 안 민북지역에서 블루베리 농사를 짓고 있다고 밝힌 박계용 농부는 파주를 관할하는 육군 1사단이 이 지역에서 출입영농을 하는 농민들에 대해 지나치게 통제를 강화하여 농사짓기 점점 더 어려워지는 현실에 대해 말했습니다. 그에 따르면 민북지역에는 통일촌, 대성동마을, 해마루촌 등 3개 마을에 400명이 거주하고 있고, 이 지역에서 농사짓는 농민들이 영농보조인과 함께 일출과 일몰에 맞춰 통근하는 형태로 영농활동을 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올해 8월 1일 육군 1사단이 민북지역 농민과 영농보조인에 대한 출입통제를 대폭 강화하여 농민들의 강한 반발을 산 뒤 출입통제를 완화한 바 있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민회에 참석한 정강주 님은 통일대교 출입통제의 예를 들며 군인들의 주업무가 농민을 관리하는 것이냐고 물었습니다.

한편 김상기 회장은 군급식체계에 대해 "군이 주둔함으로 인해 농민들이 특별한 고통을 감수해왔다면 군이 소비하는 농산물은 지역에서 생산된 농산물을 우선 소비하고 그 다음에 다른 지역 농산물을 소비해도 되지 않느냐"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학교처럼 군도 공공의 영역이고, 공공 영역부터 할 수 있는 일을 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또한 농산물 판매금액의 1%를 평화기금으로 적립해 생산자는 평화 농산물을 생산하고 소비자는 이를 소비하여 평화기금을 함께 모으는 것을 제안했습니다. 노현기 임진강~DMZ 생태보전 시민대책위 집행위원장은 "군에서 하는 일은 시도 잘 못 건드린다"며 "주민들 사이에서 '파주가 1사단 공화국이냐'라는 말이 나온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민통선 안에서 70년 간 피해를 보며 농사지은 농민들에게 특별한 보상이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발언 중인 파주 주민들


접경지역 영농활동 외에 생태에 대한 주민들의 발언도 이어졌습니다. 민북지역은 사람의 발길이 다른 지역보다 덜 미쳐 생태적으로 보존이 잘 돼있는 지역입니다. 그러나 최근 파주의 생태·환경을 파괴하는 일들이 자행되고 있어 분노하는 주민들이 많았습니다.

노현기 위원장은 "논은 우리의 밥상이고 두루미와 개구리의 먹이터인데 그런 논이 돈으로 취급되며 쓰레기 매립지가 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에 따르면 파주 지역의 논 291만 제곱미터에 건설 폐기물이 매립돼 사라졌고, 파주시가 불법이라고 적발한 것만 50만 제곱미터라고 합니다. 그러면서 논에 건설폐기물 매립을 허용한 농지법 시행규칙을 손봐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에 대해 소빈 박진도는 "(민북지역에는) 감시의 눈이 다른 데보다도 적고 이의제기가 적고 하니까 쓰레기 투기를 하기가 더 쉽고 그런 의미에서 불법이 더 많이 나타나는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조영권 의장은 임진강과 한강으로 스며드는 30여 개의 하천들을 담아내는 넓은 파주의 평야에서 농사를 짓는 것에 행복을 느끼면서도 개발로 인해 논과 산이 사라지고 물이 오염되어 과거의 생태적인 환경이 사라지고 있다고 안타까워 했습니다. 또한 농사짓기 점점 어려워지는 상황으로, 파주 뿐만 아니라 연천, 철원, 포천 등 농지의 대다수를 도시 사람들이 갖고 있어 농사를 온전히 편안하게 지을 수 있는 여건이 아니라고 말했습니다. 노현기 위원장에 따르면 파주 농지의 80% 이상은 외지인이 소유하고 있다고 합니다.

발언 중인 파주 주민들



김영금 지부장은 할머니와 어머니를 통해 전해지며 세대를 잇고 마을사람들을 품앗이를 통해 연결하던 토종씨앗이 점점 잊혀져 가는 것에 안타까움을 드러내는 한편 농촌에서 자급자족을 해가며 환경을 지키고, 그러면서 그 안에서 문화가 다시 도는 그런 마을, 슬로빌리지를 꿈꾼다고 밝혔습니다.

정진화 평화마을짓자 대표는 주민 500명의 파평면 눌노리에 평화마을을 만들어가고 호미와 낫으로 농사짓는 생명평화농법을 배우고 있다며 자신을 소개했는데요, 서울에서 37년 간 교직생활을 했던 교육자로서 뜻있는 교사들과 지역 주민들이 힘을 모아 마을교육공동체 운동을 벌이며 평생교육시설이자 돌봄의 공간으로 활용하고자 한다고 밝혔습니다. 도올 김용옥은 농촌 문제에 대해 이렇게 창의적으로 접근하는 사람들이 외치는 미래에 대한 비전이 많은 사람들에게 들리면서 공감을 불러일으켜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문산수억고 환경동아리 해바라기 학생들과 유은혜 교육부장관


파주민회에는 파주추진위원회이기도 한 문산수억고 환경동아리 해바라기 학생들과 유은혜 교육부장관이 참석해 생태와 평화, 농촌교육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농촌교육에 대한 생각을 공유해 달라는 요청에 유도환 학생은 "(농촌에서는) 교육을 통해 우리 고장을 발전시켜 위상을 높이겠다는 열정이 도시지역보다 없다"며 "우리의 사고방식을 바꾸는 게 우선"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습니다. 이에 대해 송서영 학생은 앞선 의견에 공감하면서 "농촌이 학생들과 함께 발전해나간다면, 우리가 얼마나 배우고 어떻게 행동하는지에 다라 우리 사회가 변해갈 수 있다는 것을 우리가 깨닫게 된다면 도환 학생이 얘기했던 교육열도 올라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한편 농촌은 도시에 비해 공부하기 열악한 환경으로 제도적으로 지원해야 한다는 한 학생의 말에 대해 도올 김용옥은 여건이 다르고 삶의 양태가 다르고 지향하는 바가 다를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도시에서 공부하는 사람과 농촌에서 공부하는 사람이 똑같은 조건 하에서 같은 목적을 향해 공부한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고 말했습니다. 또한 그는 "(농촌에서) 교육받는 사람들이 지역의 특성에 맞게 그 지역에서 사는 것으로 획득할 수 있는 모든 것에 대해서 충분한 크레딧을 줘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국민총행복과 농산어촌 개벽 대행진에 대한 개인적인 관심으로 참여한 유은혜 교육부장관은 "자연과 사람이, 도시와 농촌이 함께 더불어서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사회가 우리가 바라는 사회"라고 말문을 열었습니다. 이어 그는 사람들이 농촌에서의 행복한 삶을 꿈꿀 수 있도록 교육 시스템이 뒷받침 되지 못했다며 "삶의 다양한 선택의 기회를 주는 것이 교육에서 반드시 해야 할 일"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파주만의 특성을 살리는 교육을 하고 지역에서 진로를 선택했을 때 미래를 그릴 수 있도록 하는 방안에 대한 고민을 이야기했습니다.

소빈 박진도는 교육이 정말 어렵다며 여러 좋은 교육제도를 만들어도 기성세대로부터 학생들에게 주입되는 성장주의가 타파되지 않으면 변화하기 어렵다는 점과 농촌학교 근무를 도시지역으로 가기 위해 거쳐가는 곳 정도로 생각하는 도시지향적인 교사들로는 좋은 교육을 할 수 없다는 점을 언급하며 우려를 나타냈습니다. 이에 대해 유은혜 장관은 전사회적인 인식을 바꿔야 한다는 점에 공감하며 평생직업이라는 개념이 사라지고 선택할 수 있는 직업의 폭이 넓어진 데다 저출산으로 아이들 한 명 한 명이 점점 더 소중해져 이런 다양성과 특수성이 존중받는 사회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또한 코로나19로 전남의 농촌학교로 도시의 아이들이 농촌유학을 떠난 사례를 소개하며 작게는 지역에서부터 좋은 사례들을 만들어보고자 한다고 밝혔습니다.

농업·농촌은 국가와 사회가 처한 위기를 극복하는 경제·생태·사회 회복력의 원천입니다.
식량주권과 건강한 먹거리 실현의 기반이자, 기후위기를 극복할 유일한 탄소흡수원의 보고이며,
전통과 공동체 복원의 근거지입니다.

파주 선언문을 낭독하는 파주민회 참석자들


파주 선언문에는 민회에서 나온 발언들을 바탕으로 생태와 평화, 마을공동체에 대한 내용이 담겼습니다.

이날 민회에 참석한 문산수억고 해바라기 부장 송서영 학생은 "통일보다 더 중요한 것이 평화 그 자체"라며 "평화야말로 우리나라가 추구해야 할 궁극의 가치"라고 말해 큰 박수를 받았습니다. 김상기 회장은 "이곳의 농민들은 늘 철책을 보고 있고 이 철책이 없어지기를 간절히 바라는 분들"이라고 말했습니다. 분단되어 있는 우리나라에서 군이 접경지역에 주둔함으로 인해 그 지역에 살며 농사를 짓는 사람들이 여러 불편함을 감내하고 있는 상황 속에서 이들이 평화를 더 생각하고 더 갈망할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하나, 생태 환경의 보고인 DMZ 보존하고, 생명이 공존하는 파주를 만들겠습니다!
하나, 민족의 먹거리를 생산하는 평화농업으로, 남북 통일을 선도하는 파주를 만들겠습니다!
하나, 친환경·유기농업을 실천하고, 토종 작물을 보호하는 생태 환경농업의 기지로 파주를 만들겠습니다!
하나, 도시와 농촌이 조화로운 마을 공동체가 지속되는 파주를 만들겠습니다!

- '파주 선언문' 중에서

 

우리 고장 파주시는 살아 숨쉬는 생태계의 보고이자 생물 다양성의 천국이지만 각종 개발과 무분별한 환경 정책으로 생물 다양성의 천국을 지옥으로 만드는 아주 나쁜 사례가 되고 있는 중입니다. 농촌은 나라의 근간입니다. 농촌이 과연 천대받아 마땅한 땅이겠습니까.

- 문산수억고 해바라기의 '파주 선언문' 중에서

 

국민총행복과 농산어촌 개벽 대행진 파주민회에 참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내년 1월 19일에는 전국 8도 농산어촌 주민들의 이야기를 한자리에 모으는 국민총행복과 농산어촌 개벽 대행진 서울행진이 개최됩니다. 서울행진까지 남은 경남(12/1~2), 충남(12/9~10), 강원(12/14~15) 행진에 많은 관심과 성원 부탁드립니다.

12월 1일 창원, 12월 2일 진주에서 경남 대행진이 진행됩니다. 전국 대행진의 지역별 민회는 유튜브 '(재)지역재단' 채널에서 실시간 생중계되며, 지역별 대행진 결과는 유튜브 '도올TV' 채널에서 릴레이 방송 예정입니다.

도올TV릴레이 파주편 보러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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