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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행진 결과

[행진후기] 충북 괴산 대행진(11/10)

by mihymae 2021. 11. 22.

11월 10일, 국민총행복과 농산어촌 개벽 대행진 충북 괴산 대행진이 있었습니다. 아침부터 날이 흐리더니 비가 내려 걱정이 많았는데요, 도보행진 출정식을 시작하자 해가 쨍하고 났습니다.

2시가 다가오자 사람들이 한명 두명 일완 홍범식 고택 앞에 모여들기 시작했습니다. 행진 시작 전, 일완 홍범식과 그의 아들 벽초 홍명희에 대해 들을 수 있었는데요, 일완 홍범식은 태인(현재 전북 정읍 일부)과 금산에서 군수를 지내다가 1910년 8월 29일 경술국치를 당하고 "죽을지언정 친일하지 말라", "내 이름에 누를 끼치지 말라"는 유언을 남기고 군수 관사 뒤 소나무에 목을 매 자결했다고 합니다. 그의 아들 벽초 홍명희는 <임꺽정>의 작가로, 이 집의 사랑채에서 충북지역 3.1운동을 주도했습니다.


풍물패의 길놀이로 도보행진이 시작됐습니다. 이날 괴산 도보행진은 도로변을 따라 농업기술센터까지 진행됐습니다.

풍물패의 길놀이
임꺽정로를 따라 행진하는 행진대



괴산군농민회의 이용희 님이 선두에서 '농촌주민수당 지급', ' 주민자치 실현'을 위한 구호를 외치며 뒤따르는 풍물패와 만장대, 주민 참여자들을 이끌었습니다. 행진에 참여한 괴산 주민들은 '농민, 농촌살림 한국이 살 길!!', '농촌이 살 길이다. 유기농이 답이다.', '농민들이 앞장서서 사람사는 세상 잘 만듭시다' 등의 문구를 쓴 손펼침막을 들고 힘차게 걸었습니다.

행진을 이끈 이용희 님(왼쪽)과 행진대(오른쪽)
손펼침막을 들고 행진하는 괴산주민들



궂은 날씨에도 행진에 참여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농업기술센터에 도착해 입구에 준비돼있던 생강차와 대추차로 몸을 잠시 녹였습니다. 이윽고 괴산의 여성 농부와 귀농귀촌인들로 이루어진 민요패 얼카댕의 공연으로 괴산민회가 시작됐습니다.

괴산민회 사회를 맡은 괴산군농민회 박형백 님(왼쪽)과 괴산군 민요패 '얼카댕'(오른쪽)


이날 괴산민회에서는 주민자치, 학교급식, 청년정착 등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 특히 현재 괴산주민 사이에서 이슈가 되고 있는 메가폴리스 산업단지에 대한 의견들이 쏟아져 나왔습니다.

행진대가 따라 걸은 임꺽정로에도 메가폴리스 산업단지를 유치하자는 현수막과 반대한다는 현수막이 걸려있습니다.


메가폴리스 산업단지 조성 사업은 괴산군 사리면에 50만평 규모의 산업단지를 조성하기 위해 괴산군이 대기업, 지역 건설업체와 함께 추진하고 있는 사업입니다. 이 산업단지로 인해 20만평 정도의 농지가 사라질 위기에 처해 있으며 무엇보다 일정 규모 이상의 산업단지가 필수적으로 조성해야 하는 폐기물 매립장에 산업단지 내에서 발생하는 폐기물 뿐만 아니라 외부 폐기물이 들어올 계획이어서 문제가 되고 있다고 합니다. 찬성하는 측에서는 산업단지 부지 내에 있던 돼지축사와 퇴비공장이 없어져 냄새로 인한 고통이 사라질 것이라는 입장이지만 반대하는 측에서는 도시에서 처리하지 못하는 폐기물을 농촌으로 보내 농지와 환경이 파괴시킨다는 이유로 반대하고 있습니다.

괴산 도보행진을 하면서도 도로변에 메가폴리스 산업단지 말고도 각종 폐기물 처리시설을 반대하는 현수막을 볼 수 있었습니다. 메가폴리스 산업단지에 대해서는 아래 영상(충북MBC 2021.5.25. 방영분)에서 더 알아볼 수 있습니다.


이용희 괴산군농민회 부회장은 주민들의 생각이 정책에 반영될 수 있는 통로는 다 차단한 채 주민들 보고 자치를 하라고 하는 현실에 대한 불만을 토로했습니다. 또한 그는 8천명이 조금 넘는 농업인구가 있는 괴산군에 농업 관련 단체만 870개라며 흩어져 있는 농민들의 목소리를 하나로 모아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김은혜 소수면 주민은 "시골은 철저하게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이윤을 추구하는 사람들의 밥"이라며 개발을 통해 괴산군민들에게 이익이 돌아가지 않고 특정 업체들의 배만 불려주는 현실에 대해 주민들이 힘을 모아 대응하지 못하고 있는 점에 대해 안타까워 했습니다.

소빈 박진도는 메가폴리스 산업단지 문제와 주민자치를 관련지어 메가폴리스 단지가 농지와 환경을 파괴하는 것 이상으로 괴산군민들에게 이익이 될지를 군민들이 철저히 따져보고 찬성이든 반대든 결정해야 하는 사안이라며 이 과정이 없다면 두고두고 문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메가폴리스 산업단지에 대해 보도한 괴산타임즈를 들어보이는 도올 김용옥(왼쪽)과 소빈 박진도(오른쪽)


원길식 괴산먹거리연대 사무국장은 괴산에 있는 2천여 명의 학생들에게 연간 약 11억 원의 예산을 들여 친환경 무상급식을 하고 있지만 지역산 공급률은 30%에 그친다며, 입찰경쟁을 통해 저렴하고 좋은 농산물을 사용해야 한다는 학교 측과 계약재배를 통해 지역산 친환경 농산물을 쓸 것을 요구하는 먹거리연대 측이 갈등을 빚는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급식비를 지방조례가 아닌 국가가 책임지도록 법을 바꿔 모든 아이들에게 양질의 급식이 공평하게 제공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제안했습니다. 도올 김용옥은 이에 대해 급식이 열량과 영양소를 공급하는 것 이상으로 지역사회 내에서의 중요한 활동이 되어야 한다는 점, 인간적인 요소를 고려해 한다고 말했습니다.

선호균 괴산군유기농연합회 수석부회장은 청년수당, 농촌수당 등 청년의 정착을 적극적으로 도울 수 있는 정책이 없다면 10년 내 농촌 마을은 정말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윤은정 님은 농촌에서 살기 위해 왔다가 살 집이 없어 떠나야만 했던 2-30대 청년들의 예를 들며 안타까운 마음을 드러냈습니다. 감물면 청년 이준규 님은 농촌 주거문제에 대해 집은 비었으나 소유주가 팔지 않고 있는 집들을 군에서 장기임대하여 청년들에게 저렴한 가격에 세를 주는 방안을 제안했습니다. 또한 청년들이 친환경을 하고자 하는 이유는 돈이 되기 때문이라며 모든 관심사가 물질적인 부를 축적하는 것에 쏠려 있는 젊은이들이 많다는 점을 아쉬워했습니다.

한편 조금숙 문전성시 대표는 농촌이 겪고 있는 여러 문제들이 여러 갈래 쪼개져 통합적으로 접근되지 못하고 있는 점, 대농 위주의 정책 대신 소농들이 지역 푸드플랜과 함께 커갈 수 있도록 하는 정책을 추진할 것을 제안했습니다.

발언 중인 괴산군 주민들

 

정권이 몇 번이 바뀌어도 농업정책의 근간은 바뀌지 않았습니다.
여전히 규모화하고 농민들을 무한경쟁으로 내몰고 있으며 농촌지역은 경로당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괴산선언문을 낭독 중인 이준규 청년


괴산민회가 끝나고 감물면 청년 이준규 님이 괴산선언문을 낭독해주었습니다. "먹을거기를 슈퍼나 마트에서 사는 것이 아니라 농업과 농민이 공급하고 있다"며 "농민은 세상 인류의 생명창고를 손에 잡고 있다"고 괴산선언문은 말합니다. 이번 괴산민회를 통해 경쟁 대신 연대와 협력으로 문제를 풀어나가겠다고 선언했습니다. 산업단지 조성 문제로 갈등을 겪기도 하지만 괴산에는 귀농귀촌인들로 인구가 늘어나는 감물면도 있습니다. 소빈 박진도는 이것이 주민들의 힘이라고 말했습니다. 괴산 주민들이 연대해서 농업농촌의 전환을 이뤄내기를 바랍니다!

첫째, 지역소멸의 위기에서 살기 좋은 괴산으로 전환을 위한 활동을 전개합시다.
둘째, 먹을거리 위기를 극복하는 괴산농업의 전환을 이룹시다.
셋째, 자연재해가 일상이 되어가는 기후위기 극복을 위해 괴산 농업을 전환합시다.

- '괴산선언문' 중에서

 

국민총행복과 농산어촌 개벽 대행진 괴산민회에 참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내년 1월 19일에는 전국 8도 농산어촌 주민들의 이야기를 한자리에 모으는 국민총행복과 농산어촌 개벽 대행진 서울행진이 개최됩니다. 서울행진까지 남은 경북(11/23~24), 경남(12/1~2), 충남(12/9~10), 강원(12/14~15) 행진에 많은 관심과 성원 부탁드립니다.


11월 23일 영천, 11월 24일 안동에서 경북 대행진이 진행됩니다. 전국 대행진의 지역별 민회는 유튜브 '(재)지역재단' 채널에서 실시간 생중계되며, 지역별 대행진 결과는 유튜브 '도올TV' 채널에서 릴레이 방송 예정입니다.

도올TV릴레이 괴산편 보러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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