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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행진 결과

[행진후기] 경북 안동 대행진(11/24)

by mihymae 2021. 12. 22.

11월 24일 경북 안동에서 도보행진과 안동민회가 있었습니다. 안동 도보행진은 오후 1시 임청각에서 시작해 문화의거리를 거쳐 민회 장소인 천주교 목성동주교좌성당에서 마무리됐습니다.

 

아래는 도모행진 시작지점인 임청각의 모습입니다. 임청각은 대한민국 상해 임시정부 초대 국무령을 지낸 석주 이상룡의 생가입니다. 뒤로는 영남산을 두고 앞으로는 낙동강을 바라보는 이 500년 고택은 본래 99칸짜리 대저택이었지만 일제가 철도를 놓으며 훼손해 현재 반토막이 난 모습입니다. 도올 김용옥은 경술국치 후 99칸 저택을 뒤로하고 가산을 정리하고 자금을 모아 독립운동을 위해 서간도로 떠난, 자기를 버리고 대의를 위해 헌신한 석주 이상룡의 정신이 개벽운동의 시발점이 돼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임청각
안동민회 사회자 허승규 안동청년공감네트워크 대표(왼쪽)와 손펼침막에 구호를 작성하고 있는 참가자(오른쪽)

 

본격적인 도보행진을 시작하기에 앞서 만장쓰기 행사와 개회선언이 있었습니다. 이날 만장쓰기 행사에서는 '밥이 하늘이다', '안동민회만세', '임차농보호', '사람답게'등의 문구가 쓰여졌습니다. 

 

개회선언 중 안동시농민회 권기현 회장은 "언젠가는 식량이 무기가 되어 우리에게 돌아올 것"이라며 식량 자급률을 높여 안전한 먹을거리가 국내에서 생산될 수 있도록 농업이 보호돼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국민총행복과 농산어촌 개벽 대행진의 발기인으로 참여중인 우리농촌살리기운동본부 상임대표 안영배 신부는 농산어촌을 지키며 살아가는 것이 너무나 힘들고 외로워 자녀들에게 농촌의 삶을 물려주지 않으려고 살아가는 모습이 농산어촌뿐만 아니라 도시민의 삶도 고달프게 만들었다며, 이 세상의 가장 중요한 가치를 회복시켜 나가는 데 안동 대행진이 커다란 힘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개회선언 중인 권기현 안동시농민회장(왼쪽)과 안영배 우리농촌살리기운동본부 상임대표(오른쪽) 
안동 도보행진 개회선언 모습

 

간단한 개회선언 후 도보행진을 시작했습니다. 행진에는 풍물패도 함께 했습니다. 도올 김용옥도 꽹과리를 손에 쥐었습니다. 

안동 도보행진 행진단

 

이날 안동 도보행진 중에는 영풍 석포제련소 환경파괴 사진전이 있었습니다.  

 

영풍 석포제련소는 낙동강 최상류 봉화군 석포리에 위치한 아연제련소로, 1970년부터 50여 년 운영되며 여러 환경문제를 야기해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사진전에 참석한 정연주 안동환경운연합 사무국장은 20년 전 그가 처음 안동으로 귀농했을 때를 회상하며, 근처에 낙동강이 있어 좋아했는데 산골짜기에 3만평 규모의 아연제련소가 있다는 말을 듣고 놀래 자빠지는줄 알았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영풍 석포제련소에서 하루에 카드뮴이 22kg이 나온다며 "1300만 명이 식수로 사용하는 낙동강을 일개 기업에 내어준 꼴"이라고 소리높였습니다. 

안동 문화의 거리에서 영풍제련소로 인한 낙동강 오염문제에 대해 발언하는 정연주 안동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
안동 문화의 거리 영풍 석포제련소 환경파괴 사진전

 

이어 행진단은 안동구시장을 거쳐 목성동성당에 도착해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행진을 마무리했습니다. 도보행진을 준비하고 참여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안동구시장에 들어가는 행진단
도보행진 후 단체사진

 


 

행진을 마친 후 오후 2시 반 경, 안동민회가 시작됐습니다. 도올 김용옥은 "가장 어려운 시절에 우리 농민들을 보살펴주셨던 가톨릭농민회의 본산이라고도 말할 수 있는 이 성당에서 우리가 이런 뜻깊은 민회를 개최한다는 것은 정말 위대한 일이라고 생각"한다며 안동민회를 열었습니다.

 

안동민회가 열린 목성동성당은 1979년 영양군청이 보급했던 감자 품종의 싹이 나지 않아 피해를 입은 농민들이 정부로부터 보상을 받아낸 것으로 시작된 '안동교구 가톨릭농민회 사건'의 중심에 있었던 곳입니다. 당시 가톨릭농민회 소속으로 앞장서서 농가 피해보상을 받아낸 오원춘 씨가 신원미상의 사람들에게 납치돼 울릉도에 감금되었다가 2주만에 집으로 돌아온 후 소속 본당 신부에게 이 사실을 알리며 정부를 상대로 한 천주교와 농민들의 싸움이 시작됐습니다. 목성동성당은 경찰이 성직자들과 가톨릭농민회 간부들을 연행한 것에 항의하기 위해 김수환 추기경과 드봉 주교를 포함한 성직자들과 가톨릭농민회 회원들이 '교권 및 신앙자유 수호를 위한 기도회'를 열고 농성을 벌인 곳입니다. 

천주교 목성동주교좌성당

 

이날 사회는 허승규 안동청년공감네트워크 대표(안동녹색당 공동위원장)가 맡았습니다. 박명남 한살림경북북부 이사장은 농산어촌 개벽 대행진이 "하나의 해프닝으로 남기보다는 역사의 전환점이 되기를 희망한다"며 많은 시민들의 동참을 독려했습니다. 이어 시집 남아 있는 날들은 모두가 내일로 올해 백석문학상과 5·18 문학상을 수상한 안상학 시인의 시 낭독이 있었습니다. 그의 시 「기와 까치구멍집」은 제주 4·3 민간인 학살을 주도한 박진경 대령을 암살한 문상길 중위가 안동 출신이라는 작은 단서를 들고 2-3개월 간 그의 행적을 따라간 이야기를 담은 시입니다. 

 

무자년 사내가 가고 72년 만에 내가 한 일은 다만 그의 흔적을 찾은 것일 뿐, 고작 대문간에 막걸리 한 잔 올리고 그의 죽음을 전하는 일이었을 뿐, 그 사이 하늘나라 법정에서 받아놓았을 그 사내의 판결문을 이 집 우체통에 전해주는 일은 그날 이후 남겨진 모든 사람들의 몫이라고 생각하며 음복주를 마셨다. 경자년 경칩 무렵, 복수초가 까치구멍집 화단에 피어있는 날이었다. 

- 안상학, 「기와 까치구멍집」 중에서

 

안상학 시인(왼족)과 박명남 한살림경북북부 이사장(오른쪽)
목성동성당 본당에서 열린 안동민회 모습

 

자신이 사는 환경을 파괴하는 유일한 생명체가 바로 인간이었다.
레이첼 카슨, 『침묵의 봄』

발언중인 참석자들

 

안동민회에서는 민회가 열리는 목성동성당에서 북동쪽으로 약 61km 떨어져 있는 영풍 석포제련소에 대한 주민들의 성토가 이어졌습니다. 

 

낙동강 최상류에 위치한 영풍제련소 인근 산은 아황산가스 영향으로 나무들이 죽어버리고, 인근 지역 주민들의 소변과 혈액에서는 국민 평균 2-3배 많은 납과 카드뮴이 검출됐다고 합니다. 제련소 인근에서 생산되는 농작물에서도 기준치를 초과하는 중금속이 검출돼 봉화군이 보상한 바 있습니다.

 

경남 창녕에서 온 성기욱 님은 안동 사람들은 영풍 석포제련소로 인해 오염된 안동댐 물을 먹지 않고 임하댐 물을 먹는다며, 영풍제련소와 기타 산업공단을 거친 물이 구미와 대구, 창원과 부산을 거쳐 영남 일원 모든 주민의 생명수로 사용된다고 탄식했습니다. 봉화에서 온 이유린 님은 11월 8일부터 열흘간의 영풍제련소 조업정지 처분에 대해 "좋아할 일이 아니"라며 주말, 야간 등을 활용해 일어나는 불법방류에 대해 주민들이 더 적극적으로 대처할 것을 주장했습니다. 

 

한편 이재갑 안동시의원은 약 3년 전 환경부가 경상북도로 보낸 '석포제련소 아래 물고기를 먹지 말라'는 내용의 공문이 봉화군에만 전달되고, 서울대 보건환경대학원이 실시한 실태조사 결과가 언론과 정치권, 지역의 관심을 받지 못한 점을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영풍제련소와 같은 중요한 문제에 대해 정치권이 침묵한다는 것은 결국 우리 주민이 잘못한 것이고 우리 스스로 반성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서옥림 안동환경운동연합 사무간사는 영풍 석포제련소로 인해 발생한 여러 환경오염 문제를 소개하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한국 현대사회는 도시, 서울 중심의 경제 구조에서 지방, 농촌, 자연이 그 구조를 떠받치는 하부로 희생을 당하고 있습니다. 다수의 행복을 위해 소수의 희생은 불가피하다는 산업사회의 논리가 지배해 온 결과겠지만 실상 성장지상주의 안에서 절대 다수인 1300만 영남 주민의 생명권, 행복 추구권이 영풍 기업의 이익에 밀려온 것입니다."

 

영풍 석포제련소에 대해 쏟아지는 주민들의 비판에 대해 도올 김용옥은 "우리가 지금 멈춰야 할 시대"라며 "그동안 너무 고속 성장을 해왔기 때문에 여기서 속도를 낮추면서 발란스를 맞출 수 있는 역사의 단계가 왔다"고 말했습니다. 그가 이번 농산어촌 개벽 대행진을 통해 강조하는 '성장 없는 번영'이지요. 소빈 박진도는 그동안 일자리 창출, 지역경제 활성화를 이유로 농촌에 공장들이 들어왔지만 실제로는 주민들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영풍 석포제련소에 대해서는 뉴스타파가 상세하게 보도한 바 있습니다. 뉴스타파의 보도 내용은 아래 링크를 통해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책 재벌의 민낯 ① 영풍이 오염시킨 땅에 혈세 쓰인다

책 재벌의 민낯 ② 영풍 환경오염 책임자, 옥살이 중에도 임원 재직

책 재벌의 민낯 ③ 영풍제련소 노동자, 치아 녹아 내린다

책 재벌의 민낯 ④ 이철우 경북도지사의 '영풍 구하기' 소송

 

발언중인 참석자들

 

생명의공동체소비자생협 소속이라고 밝힌 천필범 님은 청년유입을 위해 많은 예산을 투입함에도 효과가 미비함을 지적하는 한편 이미 지역에 있는 청년들에 대한 동료시민으로서의 대우와 지역사회 내 역할이 부족함에 대해 언급했습니다. 이어 발언에 나선 권영창 천주교 안동교구 청년연합회장은 "우리 사회의 아픔을 치유하고 영성을 일깨워야 하는 종교계가 솔선수범하고 있지 않다"며 "종교가 사회 변화를 선도하기는 커녕 사회 변화에 역행하고 저항하는 모습도 보여주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도올 김용옥은 이에 대해 예수님의 주기도문이 '이 땅에 임하시옵소서'라는 내용이라며 "이 땅에서 어떻게 하느님의 나라가 이루어지는가를 간절히 바라시면서 조그만 거라도 먹을 것이 있으면 5천 명이 나눠 먹는 정신을 가지고 사신 것"임에도 오늘날의 종교가 이 땅의 현실적인 문제를 외면한 채 마음공부만 하거나 하늘나라에 가는 것만 바라고 있다며 비판했습니다. 

발언중인 참석자들

 

의성에서 참석한 송종대 님은 도시에서 취직이 안 되면 농사를 짓겠다는 농촌 어린이를 만난 경험을 소개하며 "의성 농업의 미래는 이 친구가 취직이 되지 않고 백수가 되어야만 유지될 수 있는 암울한 미래가 예상되고 있다"고 말해 참석자들의 웃음을 자아냈습니다. 그는 농촌의 아이들이 농촌에 남으려고 하지 않는 이유는 부모님의 농촌에서의 삶이 행복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역시 의성에서 온 귀농 농부 이원걸 님은 생명과 땅을 살리겠다는 포부를 가지고 6년 전 농사를 시작했지만 값비싼 농기계와 유통구조 문제 등으로 여전히 빚을 청산하지 못하고 있다며, 다양한 청년유입 정책을 펼치지만 막상 청년이 농촌에 와 빚더미에 올라앉을까 걱정이라고 우려를 표했습니다. 

 

도올 김용옥(왼족)과 소빈 박진도(오른쪽)

 

이제 우리는 잘못된 길을 멈추어야 한다!
이제 우리는 제대로 된 길을 만들어야 한다!
이제 우리는 새로운 길을 걸어야 한다!

 

안동 선언문을 낭독하는 안동민회 참석자들

 

민회를 마친 후 참석자들이 나와 안동선언문을 낭독했습니다. 안동선언문은 그동안 문제제기의 영역에서 해온 선언적, 투쟁적 역할의 한계를 뛰어넘어 우리의 삶을 통해 현장에서 새로운 길을 걸어가야 함을 강조했습니다.

 

하나. 전지구적인 기후위기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동네에서 지구까지를 연결하는 아래로부터의 실천을 지역에서 앞장서자.
하나. 농촌문제는 농촌만의 문제가 아닌 도시와 농촌이 상생하기 위한 나라 전체의 문제다. 지속가능한 농산어촌을 지역에서 만들어가자. 
하나. 그동안 지역사회에서 소외되었던 청소년, 여성, 청년, 농민, 장애인을 비롯한 다양한 목소리를 경청하고, 다양한 주체들의 평등한 참여를 이룩하자.
하나. 우리 지역 환경파괴의 근본적인 원인은 성장지상주의에 갇힌 경제시스템이다. 이를 생태와 순환의 경제로 바꾸는 경제대전환을 시작하자. 
하나. 다가오는 대통령 선거와 지방선거에서 우리의 문제를 공론화하자. 정치 다양성이 실종된 지역사회 정치 구조를 바꾸기 위한 정치 참여에 앞장서자. 
하나. 그들만의 풀뿌리 민주주의가 아닌 다양한 시민들이 주인이 되는 주민자치를 위해 다양한 풀뿌리 공간을 만들고 주민 참여의 장을 열어가자.

- '안동 선언문' 중에서

 

다른 어느 민회보다도 환경문제에 대한 발언이 많이 나온 안동민회였습니다. 도올 김용옥은 읽기 쉬운 글로 살충제와 그로 인한 환경파괴문제를 알려 환경에 대한 대중의 인식을 획기적으로 전환시킨 레이첼 카슨의 『침묵의 봄』을 이야기하며 우리에게도 국민총행복으로의 전환과 농산어촌 개벽을 위해서는 책을 통해 사람들에게 다가가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를 통해 메타노이아, 즉 우리 모두 '인식의 전환'이 이루어져 농산어촌 개벽을 향한 큰 물결이 일어나기를 바랍니다. 

 

국민총행복과 농산어촌 개벽 대행진 안동민회에 참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내년 1월 19일에는 전국 8도 농산어촌 주민들의 이야기를 한자리에 모으는 국민총행복과 농산어촌 개벽 대행진 서울행진이 개최됩니다. 많은 관심과 성원 부탁드립니다.

 

10월 26일부터 12월 15일까지 진행된 모든 지역별 민회 생중계분은 유튜브 '(재)지역재단' 채널에서, 지역별 대행진 결과 요약본은 유튜브 '도올TV'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도올TV릴레이 안동편 보러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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