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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행진 결과

[행진후기] 경남 창원 대행진(12/1)

by mihymae 2022. 1. 6.

기온이 큰 폭으로 떨어져 뼛속까지 추웠던 2021년 12월의 첫 날, 국민총행복과 농산어촌 개벽 대행진이 이른 아침부터 고속도로를 달려 오후 3시 창원에 도착했습니다.

 

창원국악예술단 풍물패의 사전 길놀이로 문을 연 창원 대행진 출범식은 가수 이경민의 노래로 이어졌습니다. 그는 "대한민국에서 농산어촌에 관련된 모든 분들이 제일 잘 살았으면 좋겠다"며 그가 직접 작사·작곡한 2집 수록곡 <농부>를 불렀습니다. 

 

마른논에 물들어간다
우리 자식 입에 밥 들어간다
이보다 더 이보다 더 좋을 수 있으랴
황금빛 물들어간다
우리 손주 입에 밥 들어간다 
이보다 더 이보다 더 행복할 수 있으랴

- 이경민, <농부>

 

 

창원 대행진을 준비하기 위해 애쓴 많은 분들을 대신해 인사말을 전하러 나온 김성만 전국농민회총연맹(전농) 부산경남연맹 의장은 농사 지을 때와는 달리 아스팔트 농사를 지을 때는 외롭다는 생각을 항상 해왔는데 농민이 아닌 철학자 도올 김용옥과 농경제학자 소빈 박진도를 주축으로 한 외부 사람들이 농업과 농촌을 위해서 전국을 순회하는 모습을 보니 참 고맙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올해 들어 가장 추운 날씨에 바람이 많이 불고 응달진 곳에서 시작해 이제 조금 있으면 양지로 나아갈 것"이라며 그동안 소외되어온 농민들의 행복이 대한민국 국민 평균의 행복만큼만 갔으면 좋겠다고 밝혔습니다. 진헌극 경남먹거리연대 공동대표는 "농산어촌 없는 대한민국 없고 지역 없는 중앙은 있을 수 없다"며 국민들과 함께 농업을 생각하고 뚜렷하게 우리의 목소리를 각인시켜줄 수 있으면 한다고 말했습니다. 

 

인사말 중인 김성만 전농 부산경남연맹 의장(왼쪽)과 진헌극 경남먹거리연대 공동대표(오른쪽)

 

출범식을 마치고 양지로 나가 행진을 시작했습니다. 창원 도보행진은 경남도청 맞은편 도청광장 인근에서 시작해 경남도청과 경남경찰청을 지나 민회 장소인 경남도의회 앞에서 마무리됐습니다. 도보행진을 준비하고 참여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민회장소로 향하는 행진대

 


 

창녕 우포 김은희, 우창수 부부가수
인사말 중인 김한수 경남한살림 상무이사(왼족)와 진헌극 경남먹거리연대 공동대표(오른쪽)

 

 

도보행진 후 4시 부터 경상남도의회 중강당에서 창원민회가 시작됐습니다. 부산에서 오래 살다 창녕으로 귀촌해 환경과 생태를 소중히 여기며 노래하는 부부가수 김은희, 우창수 님이 한살림 운동의 뿌리가 된 무위당 장일순의 사상에 노랫말을 입힌 자작곡으로 민회를 열었습니다. 

 

발언중인 참석자들

 

창원민회의 첫번째 발언자로 나선 한현기 전농 부산경남연맹 정책위원장은 전농에서 주장하는 공공농업을 소개했습니다. 그에 따르면 공공농업에는 시장가치에 따른 자연파괴적이고 경쟁적인 농업에서 벗어나 자연을 보호하고 공공의 가치에 맞는 농업으로의 전환을 위한 '농사의 공공화', 농산물을 시장이 아닌 공공적인 유통의 형태로 소비자에게 전달하는 '농산물의 공공화', 농민의 공무원화와 일맥상통하는 '농민의 공공화'가 포함된다고 합니다. 한편 그는 현재 농업 관련해 가장 상위 법률이 되는 농업·농촌 및 식품산업 기본법의 문제점들을 극복하고 공공농업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하는 농업·농촌·농민 기본법 입법청원(기간: 2021-12-21~2022-01-20)에 들어간다고 말했습니다. 빈지태 경상남도의회 의원은 농민 신고제에서 허가제로의 전환, 농산물 부문별 생산량 상한기준 설정, 기초농산물 국가수매재 도입 등을 포괄해 농업을 계획경제 형태로 전환할 것을 주장했습니다. 

 

하원오 경남진보연합 상임대표는 해외 농산물을 수입해 국내 농산물 가격을 낮추는 정책에 매진하는 정부의 인식이 변화해야 한다고 지적하는 한편 국민의 건강권이 걸려있음에도 무역으로 먹고 사는 나라의 한계상 수입 농산물에 대한 검역 등을 강력하게 시행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WTO 규정으로 인해 국가에서도 수당 지급에 어려움을 겪었다는 그의 발언에 대해 소빈 박진도는 공익기여직불은 WTO 규정에 걸리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소빈 박진도는 "WTO 자체를 부정할 수는 없지만 WTO 내에서 허용되고 있는 많은 것들이 있는데 그것조차도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문제"라며 "WTO와 관계 없는데 WTO 핑계를 대면서 나쁜짓 하는 것은 막아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한편 우리밀 살리기 운동이 시작된 경남지역답게 우리밀 정책의 문제점과 제안사항에 대한 목소리가 나왔습니다. 허태유 경남 우리밀 생산자협의회 사무국장은 정부가 계속해서 우리밀 자급률 목표를 설정하고 우리밀 자급률을 높이고자 했지만 우리나라의 우리밀 자급률은 1%대에 머물러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허태유 사무국장은 그 이유를 정부 정책이 캠페인식에 머물러 있다는 점, 생산을 장려하는 정책에 치우쳐 소비진작 정책이 부족한 점, 그리고 수입밀과 우리밀의 가격 격차를 해소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이 부족한 점을 들었습니다. 그는 밀이 가공식품이라는 점 때문에 공공급식 시장에서 외면받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면서 친환경 농산물처럼 우리밀도 학교급식을 포함한 공공급식에 차액 지원할 것을 주장했습니다. 

 

이에 대해 소빈 박진도는 미국, 캐나다, 호주 세 나라로부터 식용밀의 거의 100%를 수입하는 위험한 밀 시장에서 우리밀 자급률을 1%대로 유지하고 있는 것은 말이 안된다고 말했습니다. 옆나라 일본은 우리와 비슷하게 국산밀 위기를 겪다가 밀 자급률을 10%대로 끌어올렸다고 합니다. 소빈 박진도는 일본은 수입밀과의 가격 차이를 줄이기 위한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며, 한 연구를 인용해 연간 500억 지원 시 자급률 10%를 달성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농어민은 이미 영토와 영해를 지키고 있습니다.

 

창원민회에서는 우리밀과 더불어 그동안 나오지 않았던 어업·어촌·어민에 대한 의제가 나왔습니다. 임영태 연안환경보전연합회 이사장은 땅이 크지 않은 우리나라에서는 농업이라는 큰 틀 안에 어업이 포함됨에도 불구하고 농업과 어업이 이원화되면서 정책이 달라지고 어업, 어촌, 어민 차별 및 소외문제가 발생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에 따르면 농번기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는 어업의 특성상 생업으로 인해 토론의 장에 참여하지 못하고 농촌의제에서도 종종 소외돼 어민들이 대표성을 드러내지 못한다고 아쉬워했습니다. 그는  "군인만 땅을 지키고 있는 게 아니고 우리 농어민 자체가 이미 땅을 다 지키고 있다"고 말하며 섬주민이 있기 때문에 영해가 지켜지고, 배가 지나가고, 여러 기본 조사를 실시하고 있는 것이라며 이에 대한 수당 지급의 당위성을 역설했습니다.

 

그는 또한 강과 바다가 만나는 기수지역은 어종이 다양하고 수산자원이 풍부하게 나는 곳임에도 방조제로 막혀 있다며 전국 1,200개 방조제 중 수명을 다 한 방조제를 역간척 해서라도 바다를 살리면 결국 농업이 산다고 말했습니다. "바다를 살리는 것이 우리 농업을 살리는 길입니다. 친환경도 농토만 흙만좋아서 될 일이 아니고 바다의 갯벌도 좋아야 연상작용을 합니다." 그가 덧붙였습니다. 

발언중인 참석자들

 

경남 사천에서 친환경 농사를 짓고 있다고 밝힌 김형석 님은 자본과 권력의 구조적인 문제로 인해 갈수록 심화되는 농촌의 빈익빈부익부 현실에 대해 발언했습니다. 사람들이 공익적 측면에서 친환경 농사를 짓고 싶어도 농피아, 즉 대량으로 자본을 가지고 대량으로 농사지으며 행정 등 결정주체와 관련 있는 사람들만 혜택을 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농민이 참여해서 농민이 뜻을 내고 의사결정권을 가져야 하는데 소위 말하는 권력을 가진 자들이 좌지우지해 농민들이 밀려났다며 앞으로 "우리 뜻을 우리가 결정해서 이야기할 수 있는 구조"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한편 그는 친환경 농산물 유통에 있어 대기업들이 자본을 앞세워 농지와 생산물을 장악하는 것을 원천적으로 봉쇄할 수 있는 제도가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주민의 생존권과 건강권 및 삶의 터전, 미래 먹을거리를 반드시 지켜주십시오.

 

이우열 합천 융복합 LNG 및 태양광 발전소 건설 반대투쟁위원회의 공동위원장은 합천 쌍백면과 삼가면 일원에 건립 추진중인 LNG·태양광 발전소 건설을 둘러싼 문제들을 소개했습니다. 그에 따르면 발전소 부지에 30만 평 규모의 농업진흥구역이 포함되는데, 법적으로 농업진흥구역 안에서는 농가 창고나 지붕 위에만 태양광을 설치하도록 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형질변경 후 일반 산업단지를 조성해 태양광을 깐다고 합니다. 또한 대기의 순환에 불리한 분지 지형으로 이루어진 합천에 발전소를 건설하면 발전소에서 발생되는 유해물질로 인한 주민들의 피해가 우려된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농지를 전용해 들어오는 발전소로 인해 농지가 사라진다며 "주민의 생존권과 건강권 및 삶의 터전, 미래 먹을거리를 반드시 지켜달라"고 소리높였습니다. 농지 전용 문제와 관련하여 경남 함안에서 온 퇴직교사 이순일 님은 도시 근교의 농토는 행정이 마음만 먹으면 공장부지, 주택용지 등으로 쉽게 전용 가능해 앞으로 후손들이 어떻게 먹고 살지 걱정이라고 우려의 목소리를 냈습니다.

 

이에 대해 도올 김용옥은 신재생에너지 사업은 국가의 기획 하에 부작용이 없는 방향으로 추진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민간 기업에 전부 넘겨 농촌이 황폐화되는 결과를 낳았다고 비판하는 한편 에너지 전환이 앞으로 인류가 나아갈 길이라는 이유로 정당한 비판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이것이 철저한 검증의 대상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소빈 박진도는 "국가가 농지 파괴의 주범"이라며 우리나라 농업진흥구역이 농지의 절반이 안 된다는 것은 다시 말하면 나머지 절반 이상은 전용이 쉽다는 얘기라고 말했습니다.

 

발언중인 참석자들

 

한편 소비자·먹을거리와 관련해 한살림경남 실무자 김종혜 님은 한살림이 펼치고 있는 반찬나눔 등 취약계층을 위한 돌봄활동을 소개하고 고령이 된 한살림 생산자들을 위한 조직적인 복지와 돌봄의 필요성을 강조했습니다. 장병윤 한살림부산 이사장은 농업을 산업의 일부로, 농산물을 상품으로 보는 우리 사회의 시선에 문제가 있음을 지적하며 농업농촌 문제와 관련해서는 도시 소비자들에게도 책임이 존재한다고 말했습니다. 

 

 

김성만 의장은 우리나라 농업소득 중 직접 지불로 정부가 지급하는 금액이 10-15%에 그친다며 70%가 넘는 유럽과 각각 30%와 20%에 이르는 미국과 일본과 비교해 낮은 수준이라며 삼강오략 중 공익적 직접지불 확대를 적극적으로 지지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30년을 땅바닥에서 아무리 노력해도 상황이 이렇다며 소비자 인식개선의 필요성을 강조했습니다. "나는 정치인들이 금방 변할 것이라고 보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소비자들이 변화하면 어떨까." 

 

그에 따르면 벌레먹고 못생긴 친환경 농산물은 찾는 소비자가 없어 학교급식 말고는 소비처가 없다고 합니다. 그는 농약과 비료를 쓰지 않은 농산물이 예쁘고 클 수 없다며, 조금 못나고 찌그러졌다 해도 더 많은 노력과 자원을 들여 재배한 친환경 농산물을 소비자들이 기존 관행 농산물보다 더 높은 가격에 사도록 소비자의 인식 개선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예쁘고 바른 놈들이 1,000원 할 때 비뚤어지고 벌레먹은 놈들은 1,200원을 줘야 됩니다."  

 

 

먹을거리 생산의 거점이자 인류공동체의 원형이었던 농촌, 산촌, 어촌은
우리 사회의 소수자이고 약자로 전락하였습니다.

창원 선언문을 낭독하는 창원민회 참석자들

 

1970년대 정부 주도 하에 기계공업 기반 공업특구 계획도시로 출발한 창원에서 생명에 기반한 농어업, 농어촌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던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창원민회를 마친 후 창원 선언문을 낭독하는 시간이 있었습니다. 창원 선언문에는 농촌공동체 활성화를 통한 주민자치시대 실현, 도농 상생연대 활성화, 저탄소 생태 친환경농사로의 전환, 농민농촌 기본소득 실현에 대한 요구가 담겼습니다. 

 

하나. 지역민들이 행복해지는 공동체회복운동에 앞장선다.
하나. 도시와 농촌이 함께 잘살 수 있는 상생의 길에 노력한다.
하나. 친환경 생태농업으로의 전환을 실현한다.
하나. 농민 농촌 기본소득을 실현한다. 

- '창원 선언문' 중에서

 

국민총행복과 농산어촌 개벽 대행진 창원민회에 참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는 1월 19일에는 전국 8도 농산어촌 주민들의 이야기를 한자리에 모으는 국민총행복과 농산어촌 개벽 대행진 서울행진이 개최됩니다. 많은 관심과 성원 부탁드립니다.

 

10월 26일부터 12월 15일까지 진행된 모든 지역별 민회 생중계분은 유튜브 '(재)지역재단' 채널에서, 지역별 대행진 결과 요약본은 유튜브 '도올TV'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도올TV릴레이 창원편 보러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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